생의 감각

카테고리 없음 2009. 12. 30. 23:40

제부도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갯벌을 혼자서 걷는 한 사람. 그 한사람을 통하여 김광섭 시인의 '생의 감각'이 생각났고, 생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마치 '생의 감각'의 시에서 무더기로 피어난 채송화와 같았다. 현재의 고통을 마비시키고, 이 순간들을 자폐적 성향으로 고독하게 지나가려는 나의 온 몸에 자극을 줬던 풍경이다.


생의 감각

김광섭



여명의 종이 울린다.

새벽 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는 것이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다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때가 있었다.

깨진 그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르런 빛은

장마에 황야처럼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 갔다.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서 있었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