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아, 세상은

카테고리 없음 2012. 11. 19. 19:22

 

시험을 코 앞에 놔두고 블로그에 들어오는 것은 '회피'가 발동되었음에 틀림없고, 블로그에 들어오는 것은 연중행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도 공부지만, 난 쓰고 싶다!

 

 나도 인생을 즐길 권리가 있어,

이 쌍용 시멘트 같은 세상아!!

나 궁서체야, 정말 진지하다고!

 

2012년, 나는 참 읽지도 쓰지도 않은 삶을 살았구나 싶다. 자주 들락거리기는 하지만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밑줄긋는 여자'의 밑줄 그었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다시 말해 나는 읽은 책이 딱 한 권 뿐이고, 책을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이번 주가 지나면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 있을까, 나는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즐겁게 놀 수 있을까, 과연?

 

 

 

오늘 아침 가평은 갑작스레 퍼부었던 첫 눈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발이 제자리 걸음이었다. 나는 어제 겨울준비를 위하여 가평에 도착했기 때문에 40분 땡출근을 할 수 있었다. 으하하하하

출근 전 눈내린 학교 모습을 찍는 여유까지도 있었다는 거. 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3월, 가평에 어색한 움직임으로 왔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겨울이 왔다. 2012년을 보내고 2013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참 여러 생각이 든다. 많은 생각들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세상이 참 혹독하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지 않다.

대학들어가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고, 대학 졸업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휴.

어제 개콘에서 어르신이 말했던 풍자가 씁쓸했었다. 내가 방을 정리하면서 개콘을 틀어놨을 뿐 집중하지 않은 탓도 있었겠지만 그 개그가 웃긴 개그가 아니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 졸업하면 뭐하겠노, 취업걱정 시달리겠지, 취업하면 뭐하겠노, 일하고 통장에 들어오는 월급으로 소고기 사묵고, 또 열심히 일하고, 소고기 사묵고, 열심히 일하고, 소고기 사묵고, 계약기간 끝나면 난 또 다른 직장에 가기 위해서 이력서 쓰겠지, 이력서 쓰고 취직하고, 열심히 일하고, 소고기 사묵고, 씁쓸하네 거참. 취직한게 다행이지. 월급들어오는 것이 은혜지, 그래도 고기 먹는 순간은 즐겁겠지.♡_♡

즐기면 뭐하겠노, 배만 나오게찌 -_-

 

1월 고용에 대한 불안부터 11월 정규직을 위한 시험을 보기까지 이 쌍용 시멘트 같은 세상의 구조 때문에 내가 삶을 즐길 수도 없고 교대 출신 초딩 선생님인 구남친한테 헤어지면서 '니가 일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아.'라는 그지같은 말을 들었다. 이런 그지같은 말을 듣고 붙겠노라 다짐하며 이 악물고 여름과 가을을 보내고 티오 발표가 나던 날, 크리스탈 같았던 내 멘탈은 산산조각 나버렸다. ㅜ_ㅜ

의무교육이 확대되는데도 불구하고 점점 특수교사를 채용하는 임용티오는 계속 줄고, 내가 시험보는 유치원 특수교사 티오는 전국 4명을 뽑는다는 사태가 벌어져 모두를 패닉상태에 만들었다.

난 사실 그 절망의 늪에서 완전히 발을 빼지 못했다. 허우적 거려도 그 자리다.

직장에서 윗분들이 많이 배려해주시고, 지지해주시고, 내년에도 일하면서 공부하라 하시고, 일찍 퇴근 시켜주시지만..그 어떤 것도 '긍정'이 될 수 없다. 집중하기 싫고, 그냥 멍 때리고 싶다.

 

아, 어떡하지..

가끔은 잠자리에서 눈물이 난다. 너무 비참해서 눈물이 난다.

내 현실이 비참하고, 내 자신을 직면해서 비참하다.

외적환경, 내적상태 모두 불만족이다.

상황 속에서 흔들리는 내 모습 보며 많이 실망했나 보다. 사실 그게 큰 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 듯 의연해지고 싶은데 쉽지 않아서 답답하다.

 

이렇게 부정적인 감정이 뒤섞여 있는데 무엇이 즐겁겠나. 몸은 건강할리가 있나. 계속 약달고 살고 있다.

2주째 기침이 깊어져만 간다. 병원가서 젊은 사람이 바이러스를 못 이겨내냐며 의사한테 핀잔만 들었다.

그럼 의사 할아버지가 내 인생 대신 살아줄래요?

 

11월 24일이 지나면 쫌 나아지길 기대하고 싶다.

그 날이 지나면 해방감을 만끽하고 싶고

그 날이 지나면 고흐의 그림을 보러 갈 것이고

그 날이 지나면 마을 운동회에 가서 지체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고

그 날이 지나면 사람들을 만나고

그 날이 지나면 책도 많이 읽고

그 날이 지나면 맘 편히 데이트도 하고

그 날이 지나면 맘 편하게 운동도 하고

그 날이 지나면 다시 꿈을 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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