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방황의 첫출발 2012

카테고리 없음 2012. 3. 14. 20:54

직장인이라면, 특히나 계약직 직원이라면 '고용불안'이라는 무서운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어둠 속을 헤맨다.
웃고는 있지만 나는 잘 될거라고, 그 분을 믿는 사람이라면 하나님께서 분명하게 길을 인도해주실 것이다. 라고 인식하지만 머리와 가슴의 거리는 멀기만해서 가슴은 그렇게 불안의 어둠으로 짙게 물들어져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나의 상황이었다. 
2012년 나의 첫출발은 방황 그 자체였다. 특히나 교육 쪽 계약직은 새학기 준비를 하는 2월에 시작해야하며 '호봉'으로 계산되는 턱에 1년을 채우지 못하면 호봉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확히 설날 이전에 2012년 계약과 관련하여 정말 짜증스러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성남에서 난리를 쳤던 2월 29일까지 정확히 한 달 반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불안을 비롯하여 억울함, 설욕을 처절하게 경험했다.
그러니까 '데러워서 못해먹겠다.'라는 마음이 가장 컸다.
임용고시 공부를 그 더러운 이야기 듣기 전에 시작했지만 '데러워서 못해먹겠다'라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나는 지금 인강에 허덕이고 있어. 눙물눙물이 나는 상황이야.)



2월 27일. 아침. 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었고,
2월 28일. 못나디 못나고 지나치게 헐레벌떡인 자칭 8번 보쓰에게 설욕의 난도질을 당하고 너무 열이 뻗치고 억울하고 서러워서 창피하고 잠을 제대로 못자고 소화불량에 이유없이 계속 울렁거리는 상태였다가,
2월 29일. 인수인계를 끝내고 그냥 이 모든 상황에 대해서 눈물로 수용을 했다. 내가 올 해 정진해야하는 것은 '공부'이겠구나 하는 마음을 안고 집으로 들어가는 30-3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상일동을 향하는 낙타고개 정류장에 내렸다.
나를 모시고 가는 공립유치원이 있었다.
(선배와 사전에 미리 계획한) 전략이고 작전이었던 진짜 가기 싫은 티를 내는 포커페이스와 멘트를 생각하며 가평으로 출발하였고, 이력서도 쓰지 않은 채 3시간만에 채용이 되었다.  
(헙! 이거 누가 보면 안되는데 특히 가평주민은 그냥 shut up해주시면 됩니다.ㅋㅋ)

3월 1일자로 계약.
3월 2일 입학식.
3월 11일 가평, 원룸으로 이사.
우리 Hong, 아가 한 명이랑 지금까지 지내고 있다.
지금도 난 불안하고 방황하고 있다. 내가 해야할 것들이 뭔가 내 옆에 계속 쌓여있는 것 같고, 아니 진짜 그렇고..
지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집중하기 힘들어서.. 닥치는 대로 일단 하는 거에 집중을 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렇다.

오늘 아침 출근을 하는데 문득 소리엘의 '전부'가 듣고 싶었고, 또 '늘 급한 일에 쫓기는 삶'이라는 책의 표지가 생각났다. 자꾸만 중요한 걸 놓치는 느낌. 그리고 나는 새로운 공동체를 기대하고 있는 설렘. 나의 꿈 속에서 나타나 마주치는 TNTer들. 진짜 이런게 '혼돈'이 아닌가 싶다.

지금 계획대로라면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하는데, 진짜 그냥 내 이야기를 끄적거리고 싶었다. 블로그에 남기고 싶었다.
3월 14일, 화이트데이에 남치니를 만나지 못하고 이렇게 자취방에 있어야 하는 현실을(사실 만나려면 만날 수도 있는데). 지금까지 지내온 방황의 시간들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지난 힘겨웠던 시절에 공동체마저도 내게 안정감을 주진 못했다. 어쩌면 공동체가 불안했기 때문에 더더욱 나의 내면이 심하게 요동쳤는지도 모르겠다. 상황상 가정으로나 교회로나 사회에서나 나에게 안전지대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불안한 곳에 서있던 나 스스로도 오로지 하나님 한 분만을 바라보기가 정말 어려웠다.
단지 힘들었다. 그리고 4번의 날개를 뻗치는 내 모습이 진짜 보기 싫었다. 나 스스로도 힘빠져 있는 모습, 좌절과 실패감에 그냥 무기력하게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게 그냥..나답지 않다고 해야할까? 내가 제일 싫어하는 모습을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거지. 또 권위의 자리에서 납득이 되지 않는 이야기를 납득하고 싶진 않았다.
진리의 문제는 옳고 그름을 말할 순 있지만 성향의 차이나 사람의 연약함은 그냥 눈감고, 윗사람에게 순종하는 것이 옳다. 라고 하는 말들을. 나는 납득하고 싶지 않았고, 다가가고 싶지 않았고, 마음을 열고 싶지 않았다.
늘 시험에 들고 싶진 않았지만, 하나님의 말씀을 말하는 입술에서 진짜 듣기 싫은 말들을 들을 수 밖에 없었고, 늘 시험에 들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끔찍하게 여기던 예배의 자리가 소중해지지 않자, 제대로 내 신앙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러다가 내가 낭떨어지로 떨어질 것 같아서이다. 이러다가 더이상 하나님의 이름을 찾지 않을 것 같아서.. 솔직히 무서웠다.


다 도망치고 싶을 만큼 힘든 시간에 하나님은 나에게 새로운 일터와 방을 주셨다.
'난 언제쯤 혼자 살아볼 수 있을까.'라고 투정도 부려보고, 혼자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그런 공간이 생겼다.
가평에서의 아침은 지난 20, 21, 22, 23, 24, 25, 26살.. 7년 동안 여유롭지 않던 아침과는 달리 여유롭고 잠을 푹 잘 수 있고, 진짜 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이제 이 조용한 방에서 하나님과의 교제를 누리고 초집중하는 공부시간을 갖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다.
11월에 시험끝나면 진짜 책만 읽어야지. 잠하고 책만. 진짜로.
어디서? 요로코롬 산뜻한 내 방에서 ♡
나의 2012년 연말은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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